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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의 방

금자가 임신했다.

 금자가 임신했다. 임신테스트기 선이 2줄. 금자와 마주 봤다. “어떡해?” “어떡해?” “이제 어떡해!” 그렇게 소리치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웃음도 나고 뭉클했다. 거기에 뭔가 묘한 감정이 일었다. 우린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가. 난 아빠가 될 준비가 되어있는가.

 

 어제오늘 금자의 생리가 늦어진다 싶었다. 예정일에 생리를 하지 않았고 다음날이 되었다. '혹시 임신일까?' 반신반의 했다. 임신일 것 같기도 하면서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왔다 갔다 했다. 내가 씻는 동안 금자가 테스트기를 사 왔다. 사다 놓고도 한동안 뜸을 들였다. 마침내 검사하러 들어가는 금자를 보는데 긴장되었다. ‘임신일까? 두근두근’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금자는 테스트기를 내게 건네주었다. 처음엔 한 줄. 그리고 서서히 진해지는 두 번째 줄. “이거 임신인 건가? 임신이지? 그치? 임신 맞겠지?” ‘금자가 임신했구나!’ 벌떡 일어나 금자를 봤다. 두근거림과 들뜨는 마음. 서로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며 끌어안았다. 그렇게 어쩔 줄 몰라하며 한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다. “우리 일단 나가자. 나가서 좀 걸으며 생각하자.”

 

 임신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기쁘기도 하면서 '이제 어떻게 될까?' 예측 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선 것 같았다. 두렵거나 하진 않았다. 아이가 생기면 돈을 열심히 벌어야 할 것 같았던 부담감도 막상 올라오지 않았다. 우선은 금자의 건강과 아이의 건강이 최우선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어떻게 할지, 일을 어떻게 할지는 차순위라는 생각에 오히려 단기적인 방향은 뚜렷해 보였다. “일단 우리 공부를 하자.” 출산을 어떻게 준비할지, 태교를 어떻게 할지. 금자 몸을 어떻게 살필지. 뭘 먹는 게 좋을지. 알아야 할게 배워야 할게 많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 같이 사는 정진선과 오며가며 교류하는 동네 친구들. 부모님 가족들. 멀리 있는 친구들한테까지. 근데 언제 알리는 게 좋을까? 빨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든다. '금자가 임신했다고. 기쁘다고.' 한편으로 조심스러워지는 마음도 있었다. '확실히 임신인지 산부인과 가서 결과가 나오면... 그때. 아이가 좀 더 안정이 되면... 그때' 그런 생각이 붙는다. 아이를 임신하고 유산하고 하는 과정을 지켜봤던 경험에 마음이 더 조심스럽게 되는 걸까. 기쁜 소식인 만큼 잃었을 때 슬픈 소식이기에 그걸 나누기에 조심스러워지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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